[카자흐스탄] 2025년, 중견국으로 떠오르는 중앙아시아 국가는?
- ICAS HUFS
- 11월 12일
- 6분 분량
최종 수정일: 11월 13일
2025.11.05.
[Which Central Asian States Qualify as Middle Powers in 2025?]

세계 권력이 다극화됨에 따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점차 적극적인 지역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경제적 역량, 외교적 영향력, 전략적 자원, 거버넌스 등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2025년 중견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평가한다.
카자흐스탄은 재정 안정성, 제도 개혁, 다자적 외교를 균형적으로 추진하며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확고한 중견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개혁에 힘입어 부상하는 유망 후보이지만, 여전히 외부 자금과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의존성 및 제도적 역량의 한계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단순히 세계적·지역적 변화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점차 갖춰가고 있는 지역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에 대한 비교 분석은 각국이 이러한 지위에 얼마나 접근했는지 보여준다.
경제력(Economic Power)
경제적 자율성은 핵심적인 중견국 역량으로써 국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책 독립성을 유지하며, 대외적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한다. 중앙아시아의 공적개발원조(ODA)와 해외 송금 의존도는 종종 제한된 재정 능력과 국내 자본 형성의 부족을 보여준다. 한편, 다변화되고 회복력 있는 경제는 전략적 자율성을 뒷받침한다. 1인당 GDP, 신용등급, 부채 지속가능성, 수출 다각화와 같은 핵심 지표들은 이 지역의 경제적 위계를 드러낸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확립된 경제적 중견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원 기반 성장, 신중한 재정 체계, 그리고 국부펀드(카자흐스탄 국부펀드)가 거시적 안정성을 뒷받침해 왔다. 특히 주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BBB” 등급을 확보하며, 건전한 부채 관리와 정책 신뢰성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에서 금융 현대화에 이르는 새로운 경제정책은 원유·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 통합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물류 허브로써의 역할은 전략적·상업적 영향력을 강화한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2017년 이후 통화 자유화, 세제 개편, 국영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신흥 프런티어 시장이다. 빠른 GDP 성장과 민간 부문 확대는 재정 자율성 향상을 보여주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의 연간 약 11억~13억 달러 규모의 ODA 유입은 여전히 외부 양허 금융에 대한 의존성을 나타낸다. 성숙한 중견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은 향후 10년 동안 실질 경제 규모를 거의 두 배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이는 저중 소득에서 중고 소득 국가로 전환하고 지역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적 중량감을 갖추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우즈베키스탄은 생산 및 금융 기반을 확충하여 경쟁력 있는 생산국이자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도약하고, 지리적 이점을 실제 경제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막대한 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급자족적 경제 운영과 중국에 대한 수출 편중으로 인해 제약을 받는 상태다. 환율 통제, 낮은 투명성, 미약한 경제 다변화는 자원 수입을 지속 가능한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여전히 원조와 송금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산업 기반이 협소하고 외부 변수에 대한 취약성이 크다. 해외 노동자 송금은 GDP의 절반을 차지하며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지만, 그만큼 러시아, 중국, 국제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킨다. 지역 차원의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지만, 구조적 의존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경제적 결과를 형성하는 능력에는 제약이 있다.
전체적으로 중앙아시아는 두 층위의 경제 질서를 띠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성숙한 중견국이며, 우즈베키스탄은 과도기적 후보, 나머지 국가는 제한된 전략적 영향력을 가진 외부 의존적 경제 구조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 및 지역 영향력 (Diplomatic & Reginal Influence)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이슬람권과의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다자적 외교 노선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외교적 영향력이 큰 국가로 자리 잡았다. 아스타나는 지역 안정과 중립적 조정자의 역할을 내세우며, 아스타나 국제 포럼(Astana International Forum)과 세계 및 전통 종교 지도자 회의(Congress of Leaders of World and Traditional Religions)와 같은 고위급 플랫폼을 주최해 왔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시리아 평화 협상의 개최지 역할을 맡으며 외교적 위상을 높였다.
카자흐스탄은 아시아교류협력회의(CICA),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외교적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국제적 교육 협력을 통해 범아시아적 교육 허브이자 소프트파워 확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집권 이후 개혁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펼치며 부상하는 외교 강국이 되었다. 경제 통합, 물·에너지 외교, 지역 협력이 주요 축을 이루며, 중앙아시아 정상회의 및 아프가니스탄 관련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실용적 지역주의의 선도국으로 자리해 왔다. 문화·교육·개발 협력을 통한 소프트파워 확대를 통해 카자흐스탄의 외교적 리더십을 보완하며, 지역 외교에서 이 중 핵심 축(dual-core)을 형성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긍정적 중립’ 외교를 고수하며, 에너지 및 수송(transit) 외교를 통해 제한적으로 관여한다. 중국, 이란, 카스피해 연안국과의 관계에서 가스 수출과 파이프라인 노선을 활용해 전략적 존재감을 유지한다. 다만 깊이 있는 제도적 협력은 피하고, 특정 현안 중심의 거래적 외교에 머물러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같은 다자 틀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나, 국내 문제와 외부 의존도로 인해 외교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시민사회 기반 외교와 타지키스탄의 수자원 안보 의제 제기는 특정 분야에서 틈새 영향력을 갖지만, 잦은 국경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이 더 넓은 지역적 역할을 제약하고 있다.
전략 및 안보 역량 (Strategic & Security Capacity)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역량 있고 제도적으로 정비된 군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증가하는 자원 수익과 국방비 확대, 지속적인 현대화 계획에 힘입어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다(多)분야 방위 구조를 기반으로, 아스타나는 방공 시스템, 드론, 기동성 향상,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는 사이버 및 기술 능력을 강조한다. 광활한 국토와 러시아·중국과의 인접성은 CSTO 내 의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Peace) 같은 서방 기관과의 선별적 협력을 신중히 조율하도록 한다. 카자흐스탄 군이 여전히 러시아 시스템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에도, UN 평화유지 활동 참여, 방산 산업 투자, 지역 대테러 이니셔티브 참여는 중앙아시아에서 안정적 행위자이자 실용적 안보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보여준다.
우즈베키스탄은 주권·독립·비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국방 독트린을 기반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역량 있는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이다. 2018년 개정된 국방 독트린은 영토 방어, 자립, 외국군 기지 불허 방침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와의 2026–2030 전략적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양자 국방 협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장비 현대화와 훈련 강화를 위해 중국·한국과의 군사 협력도 확대해 왔다. 아프가니스탄과의 전략적 인접성은 국경 안보, 대테러, 지역 대화를 중시하는 국가 안보 정책을 강화한다. 이 같은 다변화된 외교 및 국방 정책은 특정 진영에 편승하지 않고 강대국 영향력 사이를 실용적으로 균형 잡으려는 노력의 표현이다.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은 1995년 UN 총회 결의를 통해 공식화되고 1996년 상설 중립에 관한 헌법적으로 재확인된 영구 중립국 지위에 기반한 안보 정책을 유지한다. 약 4만 명으로 추정되는 중앙아시아 최대급 병력 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군대는 훈련 수준이 낮고 구소련식 장비에 의존하고 있어 주로 방어 중심이며 국경 및 에너지 기반 시설 보호에 초점을 둔다. 공식 동맹을 기피하며, 아슈하바트는 인접국과의 양자 협의, 러시아·중국 중심의 선별적 안보 협력(미국은 제한적)을 선호한다. 협력은 주로 대테러, 국경 안보, 지역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사이에 위치해 잠재적 완충국으로 전략적 가치가 존재하지만, 폐쇄적인 외교와 제한적 상호운용성은 더 넓은 지역 영향력을 제한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재정적으로 제약된 소규모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로 러시아(그리고 부분적으로 중국)에 대한 외부 안보 보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두 국가는 CSTO 회원국으로서 주요 러시아 군사 시설(키르기스스탄의 칸트 공군기지, 타지키스탄의 제201 러시아 군사 기지)을 자국 내에 두고 있으며, 이 기지들이 양국의 방위 태세를 떠받치고 있다. 양국 군대는 주로 국경 통제, 내부 안정, 마약 밀매 대응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지속적 재래식 전투 능력은 제한적이다. 특히 페르가나 계곡에서 반복되는 국경 충돌은 취약한 지휘 체계와 낮은 상호운용성을 드러낸다. 러시아가 여전히 주요 안보 보장자이지만, 중국의 훈련·감시 기술·장비 지원 증가는 중앙아시아 남부에서 베이징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점진적이지만 중요한 변화이다.
거버넌스 (Governance)
중앙아시아 전반에서 거버넌스는 국가 중심적이며, 안정, 현대화, 행정 통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 다원주의는 제한적이지만, 정권들은 성과와 역량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효과적인 거버넌스는 기회를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국가 발전에 대한 지분을 부여하여, 안정성을 자생적으로 강화한다. 또한 거버넌스는 중견국 정체성을 규정한다. 질서를 유지하고 정책을 실행하며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는 능력이야말로 국외에서의 신뢰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정치적 방향은 토카예프 대통령 아래에서 전통적 가치, 국가 정체성, 제도적 현대화를 결합하고 있다. 토카예프는 개인화된 통치 형태에서 벗어나 제도와 법치에 기반한 체제로 전환을 추진해 왔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카자흐스탄(Fair and Just Kazakhstan)”이라는 의제는 효율적 거버넌스, 사회적 공정, 규율 있는 국가 운영에 초점을 둔다.
2022년 개헌으로 대통령의 단임 7년 임기제, 명확한 승계 규정, 정책 연속성이 제도화되었다. 관료주의 간소화와 중복 감소, 제한적 분권화 조치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기민하고 대응력 있는 정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조정들은 제도적 신뢰성을 강화했으며, 이는 카자흐스탄의 대외 신뢰의 기반이 된다. 예측 가능한 정책과 통제된 개혁, 사회 통합의 조합은 상충하는 세력권 사이에 놓인 중견국이 갖추는 안정성과 외교적 유연성을 이 국가에 부여한다.
우즈베키스탄의 거버넌스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아래에서 통제된 현대화와 전략적 개방을 통해 국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행정 개혁, 시장 개방, 지역 외교 재활성화를 통해 국가 기능성과 국제적 존재감을 강화해 왔다. 이를 통해 재도약과 유능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개인적 권위가 정책과 조정을 주도한다. 이러한 집중 구조는 신속한 결정과 명확한 방향성이라는 장점을 제공해, 우즈베키스탄이 부상하는 지역 행위자로서 단기적으로 효과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중견국 신뢰성을 떠받치는 제도적 회복력의 발전을 제약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영향력 지속 여부는 개인의 리더십을 넘어 거버넌스를 제도화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통제와 제도화의 균형점에서 중견국 성숙도가 판가름 날 것이다.
반면,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국내 환경에 의해 각기 다른 거버넌스 경로를 유지하고 있으며, 각기 중견국 신뢰성에 접근하거나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중립 정책을 통해 외부 압력으로부터 의사결정을 보호하지만, 이러한 고립은 제도 발전과 대외 관여 능력을 제한한다. 키르기스스탄의 다원적 정치는 활발한 시민사회와 개방적 토론을 유지하며 소프트파워의 매력을 높이지만, 지속적 불안정과 잦은 지도자 교체는 정책 연속성과 신뢰성을 약화한다. 타지키스탄은 안정을 위해 중앙집권적 통제를 우선하며, 페르시아 문화유산을 활용해 국경을 넘어서는 정체성 연결을 유지한다. 이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지만, 제도적 개방성과 외향성을 제약해 보다 적응력 있고 외부 지향적인 중견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한한다.
종합 평가 (Takeaway)
2025년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는 중견국 성숙도의 뚜렷한 위계를 보여준다. 카자흐스탄은 경제적 회복력, 외교적 다변화, 제도적 안정성을 균형 있게 갖추며, 지속적인 지역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내의 유일한 안정된 중견국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개혁과 전략적 외연 확장을 통해 유력한 중견국 후보로 부상했지만, 완전한 중견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역량 강화와 경제 다변화를 한층 더 심화해야 한다.
나머지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경제적 의존, 폐쇄적 거버넌스, 외부 안보 의존 등의 요인으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점진적이지만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강대국 정치의 수동적 주변부가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특정 국가들이 지역 질서와 관여 방식을 스스로 형성하기 시작한 지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번역: 이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