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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산·원전까지, 에르도안 대통령 방한으로 본 특수외국어 인재 양성 필요성 - MBN 기사

작성자 사진: ICAS HUFS
ICAS HUFS
14시간 전
2분 분량

<2026년 11월 4일 자 MBN 뉴스 기사입니다.>


↑ 한·튀르키예 확대 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 한·튀르키예 확대 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2일부터 오늘(4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내년 수교 70주년을 앞둔 양국 정상의 의제에는 원전과 방산, 교역·투자와 미래산업 협력이 올라 있었다. 어제(3일)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공동 언론 발표에 나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의 성패는 그다음 날부터, 양국의 실무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에서 갈린다.


가령 방산 협상에서 양측이 ‘현지 생산’에 뜻을 모았다고 하자. 한쪽은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다른 쪽은 핵심 부품의 제조 기술까지 이전받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튀르키예가 자국 방위산업에서 무엇을 키우려 하는지 짚어줄 지역 전문가, 양측이 어디까지 약속했는지 두 언어로 정확히 옮길 전문 통역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원전 협력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운영과 안전 책임이 걸린다. 앞으로 양국 기업이 제3국 재건 사업에 함께 참여하거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손을 잡으려 할 때도 사업의 조건과 책임을 상대의 언어로 따져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 외교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인력이 필요한 곳은 튀르키예만이 아니다. 지난 7월 한국과 브라질 정상은 자원·에너지와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논의했다. 10월에는 이집트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강대국들이 자국 산업과 안보 이익을 앞세울수록 한국과 같은 중견국은 이해를 나눌 상대를 더 부지런히 찾고, 함께 일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브라질의 통관 문제를 포르투갈어로 풀고, 이집트의 통상 제도를 아랍어로 읽고, 튀르키예 기업과 기술 협력의 조건을 튀르키예어로 조율하는 일이 바로 그 외교의 실무다.


↑ 한·튀르키예 정상 공동언론발표 [사진=연합뉴스]
↑ 한·튀르키예 정상 공동언론발표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2016년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후 언어별 표준 교재와 교육과정이 마련됐고, 학생과 일반 시민이 무료로 여러 언어를 접할 기회도 넓어졌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의 말로 안부를 묻는 기쁨도, 청소년이 낯선 언어를 배우다가 그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험도 소중하다. 그렇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지역을 평생의 전공으로 삼을 인재가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법 제정 10년을 맞은 지금 돌아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처음 튀르키예어를 접한 학생이 훗날 원전 협상을 통역하거나 현지에서 우리 기업의 사업을 이끌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 뜻을 펼칠 교육과 일자리가 이어져 있는가.


여기에 시장이 홀로 답하기는 어렵다. 튀르키예어와 원전 산업을 함께 아는 사람을 해마다 대규모로 채용할 기업은 드물다. 그러나 막상 원전 협상이 시작되면 그런 사람을 당장 찾는다. 학생에게 수년의 공부와 현지 경험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라고 하면서, 국가가 필요할 때 숙련된 전문가가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전문 통역사 한 사람이 성장하는 데도 분야별 용어를 익히고, 숙련된 통역사의 지도를 받으며, 실제 협의에 반복해서 참여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제 정부는 특수외국어 교육의 저변을 넓혀 온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전략 지역 공공인재 양성을 특수외국어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들은 상대국의 언어와 제도, 산업을 깊이 이해하고 정부 간 교섭과 기업 간 협력, 재외국민 보호 현장에서 일할 사람들이다. 외교·산업 부처가 분야별 인력 수요를 대학과 공유하고, 학생들이 언어와 지역학을 통상·기술·전문통역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과 현지 연수를 다년간 지원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도 현지 법인과 협력 사업에 이들이 참여해 경력을 쌓을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얼마나 많은 국민이 강좌를 들었는지와 함께, 어느 지역의 어떤 분야에 숙련된 인력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살펴야 한다.


↑ 만찬 마친 뒤 환송 인사하는 한·튀르키예 정상 [사진=연합뉴스]
↑ 만찬 마친 뒤 환송 인사하는 한·튀르키예 정상 [사진=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울을 떠난 뒤에도 양국의 협력은 계속된다. 다음 실무회의에서 쟁점을 짚고, 계약 문구를 조율하고,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에게 직접 전화해 해법을 찾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이집트와 브라질을 비롯해 한국이 더 깊은 연대를 모색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외교가 더 넓은 세계에서 움직이려면, 그곳에서 오래 일할 사람을 기르는 데도 그에 걸맞은 시간과 예산을 써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공동연구원 오종진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공동연구원 오종진 교수


작성: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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